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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인 아이디어 어떻게 만들 것인가? (DGB Economic Review 기고)

    창조적 아이디어의 원천은 무엇인가?

    혁신. 창조경영. 모든 기업들이 부르짖는 말이다. 이에 대한 책과 칼럼은 차고 넘친다. 이 글에서는 그런 방법론을 얘기하기보다, 좀 더 철학적 근원적인 얘기를 하고자 한다. 근본을 이해하면 방법론은 각론일 뿐이다.

    2016년은 어려운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선산업이 침체이고, 전자, 자동차 등도 앞날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주력 산업의 위기는 연쇄적으로 다른 업종에도 영향을 준다. 유통, 서비스, 금융 모두 긴장하는 모습이다.

    “어떻게 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을까요?” 모든 기업이 항상 하는 질문이지만, 기존 사업이 활발하지 않으니 더욱 절실하다. 정부도 불황을 극복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혁신이 답이라고 한다. 새로운 상품, 새로운 사업모델,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매일같이 들려온다. 창의성을 갖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언론은 창의성을 기발함, 톡톡 튀는 행동과 연결 짓는다. 미국의 혁신적인 회사를 보니 출근이 자유롭다더라, 아무 연구나 할 시간을 준다더라, 회사에서 누워있는 직원들도 있더라, 복장이 자유롭더라, 알록 달록 예쁜 인테리어 사무실이더라…

    기존의 근무환경과 다른 그런 환경과 창의성이 상관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도움이 되는 점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신 유행의 옷을 입고, 컬러풀한 인테리어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회사도 별로 창의적이지 못한 경우를 많이 본다. 도움은 될지라도, 근본은 될 수 없는 것이다.

    질문의 중요성

    무엇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조건일까?

    그것은 질문이다. 좋은 질문이야말로 창의적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2000년대초 MP3 파일을 사용하는 음악 소비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었다. 애플이 2001년에 출시한 iPod은 이런 추세에 따라 판매가 급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감상자들은 불법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음반회사들과 음악가들은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질문을 하였다. “어떻게 하면 음악가들이 디지털 파일 다운로드에서도 정당한 돈을 벌 수 있을까?”

    2003년에 선보인 아이튠즈 스토어가 그의 답이었다. 잡스는 소비자들이 불법 다운로드를 하는 중요한 이유는 편리하고 적정한 가격의 합법적인 음악 다운로드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잡스는 음악회사들을 설득하여, 소비자가 다양한 음악을 디지털 파일로 편리하게 구매하고 관리할 수 있게 하였다. 앨범 전체가 아니라 곡당 99센트에 살 수 있도록 하여 소비자의 부담을 줄여주었다.

    스티브 잡스가 어느 날 갑자기 아이튠즈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 아니었다. 그는 질문을 하였고, 조직원들과 함께 깊은 고민을 하여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은 것이었다. 콩 심은 데에서 콩 난다는 속담처럼, 좋은 질문에서 좋은 답이 나온다. 위대한 혁신의 어머니는 위대한 질문이다.

    질문의 원천

    이제 다 읽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질문이 혁신적 아이디어의 출발점이라는 얘기구나.’ 덮지 말고 계속 읽으시길 바란다. 아직 얘기가 끝난 것이 아니다.

    질문은 어디에서 찾느냐, 어떻게 떠올리느냐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얘기해보면,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막연해 하는 분들이 많다.

    다시 아이튠즈 얘기로 돌아가보자. “어떻게 디지털 다운로드에서도 음악가들이 돈을 벌게 할 수 있을까?”라는 스티브 잡스의 질문은 어떻게 나왔을까?

    막연히 “앞으로 어떤 사업이 좋을까?”를 생각하다가 이 질문을 만난 것이 아니다. 그의 질문은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잡스는 음악가들과 그들을 도와주는 음악 회사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좋은 음악이 계속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불법 다운로드를 받는다면 음악가들이 생활이 어려워지고, 결국 좋은 음악도 만들어지지 못한다고 생각하였다.

    음악가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하여 깊이 공감하고 있었기에 “어떻게 개선할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질문이 분명해지자 역량을 집중하여 혁신적인 디지털 음악 유통채널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떤 문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문제인 경우에 가장 문제의식을 느끼기 쉽고, 질문도 잘 떠올릴 수 있다. “어떻게 하면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노후를 위하여 돈을 더 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떻게 감기가 빨리 나을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면 자신이 겪는 어려움부터 생각해보는 것은 좋은 순서이다. 내가 갖고 있는 문제라면 다른 사람들도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내 문제가 전부는 아니다. 내가 재정, 건강, 자녀교육 등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음악인이 아니었지만 음악인들의 문제를 깊이 인식한 잡스처럼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도 깊이 공감하면 나의 문제의식이 되고, 질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즉, 사람들의 어려움, 고통이 혁신적 아이디어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발견하고, 공감하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길인 것이다.

    인도의 고빈다파 벤카타스와미(Govindappa Venkataswamy) 박사, 일명 닥터 브이(V)는 1977년에 58세의 정년을 맞이하였다. 공공 의료기관에서 일해 온 그는 1200만명의 인도인들이 시력을 잃고 살아가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시력을 잃은 사람들은 대개 일을 할 수 없게 되었고, 보통 2-3년 이내에 사망하였다. 시력을 잃는 것은 가난과 죽음으로 가는 엄청난 불행이었다.

    안과 의사로서 그는 희망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시력 장애자의 80%는 수술로 회복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백내장 환자들이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인도인들의 대부분은 소득이 너무 낮아서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다. 백내장 수술의 가격은 당시 100달러 정도였다. 하지만 인도의 연평균소득은 430달러. 하루 벌어 하루 먹는 가난한 사람들이 부담하기엔 너무 높은 가격이었다.

    그는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백내장 수술을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였고, 그 힌트를 의료 기관이 아닌 햄버거 매장에서 발견하였다. 맥도날드가 표준화된 햄버거를 빠르게 만들듯이 백내장 수술을 할 수 있으면 수술 비용을 현저하게 낮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라빈드 안과 병원을 시작하였다.

    닥터 브이는 우선 백내장 수술의 상당 부분이 단순한 작업임에 착안하였다. 수술 과정을 설명하고, 수술을 준비하는 과정은 의사가 아닌 간호사나 전문가가 하도록 하였다. 이런 전문가들의 양성을 위하여 아라빈드는 자체적인 교육기관을 설립하였다.

    수술실 안에는 한 명의 의사당 두 개의 수술대가 놓여지도록 하였다. 한 환자를 수술하는 동안 또 다른 수술대에서는 수술 준비가 이루어지게 하여, 한 환자의 수술을 마치면 바로 다른 환자를 수술할 수 있게 하였다. 이렇게 수술을 효율화하여 아라빈드의 의사들은 한 명이 연간 2000번의 수술을 한다. 인도의 보통 안과의사들의 평균 300회, 미국의 125회에 비해 극적으로 높아진 생산성으로 고정비를 크게 낮출 수 있었다.

    수술 변동비의 큰 부분인 인공수정체의 가격은 70-100달러에 달하였다. 환자당 수술비 10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던 아라빈드에게는 너무 높았다. 그래서 아라빈드는 2달러짜리 인공수정체를 자체 개발하였고, 세계적으로 수출도 하고 있다.

    혁신, 사회공헌, 이익

    비영리 사업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필자는 분명히 기업을 위한 얘기를 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튠즈는 이후에 출시한 자매 서비스인 앱스토어와 합해서 2014년 약 180억 달러 매출의 엄청난 사업으로 성장하였다. 음악가나 소프트웨어 개발자만 도운 것이 아니라 애플에게도 큰 기여를 하게 된 것이다.

    아라빈드 병원은 법적으로는 비영리단체로 되어있지만, 재무적으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11개 침상의 작은 병원으로 시작한 아라빈드는 현재 4000개의 침상을 갖춘 대형 병원 네트워크로 발전하였고, 2009-2010년에 매출 2900만 달러에 1300만 달러의 경상이익을 남겼다. 45%에 달하는 이 이익은 대부분 재투자 되고 있지만, 아라빈드가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을 갖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흔히 기업의 이익과 사회 공헌을 분리해서 생각한다. “우리가 하는 사업은 이익 창출의 수단이고,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좋은 일은 번 돈을 기부하거나 사회사업으로 하겠다.”라는 생각을 하는 기업 종사자들이 많다. 아이튠즈는 사회사업이 아니었다. 음악가들의 고통을 해결해 주려는 목적이 있었지만, 이를 해결하면 좋은 사업거리가 될 것이라는 기업가로서의 야심도 분명히 있었다. 사실 스티브 잡스는 사회공헌 자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닥터 V가 아라빈드를 만든 목적도 하나는 불필요한 실명을 막겠다는 인간애였지만, 자신의 가족을 부양하겠다는 평범한 가장으로서의 소망도 있었다.

    불황과 혁신

    언론은 항상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하지만, 2016년의 경기전망이 밝지 않아 보인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예측이 맞는다면, 불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필자는 불황을 극복할 비법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불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인간의 역사는 불황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20만년전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한 이후 인간의 역사는 불황이라는 말조차 사치스러운 굶주림과 병마와의 싸움이었다.

    수렵 채집에 의존하는 떠돌이였던 인간이 1만년전 중동에서부터 한 곳에 정착하여 농작물과 가축을 키우는 ‘생산’을 시작하였지만, 삶의 질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평균수명은 30세를 넘기 어려웠다. 몇 살 되기도 전에 죽는 아이들은 너무나도 흔했다. 흉년이 들면 사람들은 굶어 죽었다. 전염병이 돌면 치료법도 몰랐지만 나쁜 영양 상태로 저항력이 없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런 끝없는 가난을 드디어 처음으로 극복하기 시작한 것이 산업혁명이다.

    영국, 서유럽,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산업혁명의 본질은 생산성의 급격한 향상으로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이 저렴해진 것이었다. 티셔츠를 하나 만드는데 10시간이 걸렸던 것이 19세기 중반 재봉틀의 발명 이후 1시간이면 되었다. 옷은 점점 덜 귀해졌다. 100명이 농사를 지어도 100명을 먹이기 어려웠던 농업은 이제 선진국의 경우 10프로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 전체를 훨씬 더 잘 먹이고 있다. 미국 농업인구는 2%에 불과하다.

    물건은 싸지고, 급여는 오른 결과 20세기에는 블루칼라 노동자도 기본적인 생활을 걱정하지 않는 근로 중산층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19세기 후반 일본에 이어 20세기에 한국이 산업혁명에 합류하였고, 이제는 중국이 그런 과정을 거치고 있다. 아직 산업화를 해내지 못한 나라에는 전근대적인 대량 빈곤이 존재하지만, 성공한 나라에서 그런 모습은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다.

    수만년의 불황을 극복한 인간이 일시적인 불황을 극복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어쩌면 항상 가난했던 인간이 잠시의 풍요에 취하여 우리가 걸어 온 길을 망각했는지도 모른다. 인간이 상시적인 불황을, 영원할 것 같은 가난을 극복한 방법은 간단하다. 혁신을 통하여 귀하였던 물건을 싸고 풍부하게 만든 것이다. 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한달 걸리던 길을 하루에 갈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일반화하면 사람들의 큰 고통들을 해결해 온 것이다.

    혁신의 길

    불황 극복의 길은 창조경영과 다른 길이 아니다. 역사를 보면 그 길은 분명하다. 혁신을 통하여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한 기업들은 위대한 기업이 되었고, 그런 기업이 많이 나온 국가는 부강해졌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 회사의 고객들도 많은 어려움을 갖고 있다.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우리가 무관심해서 못 보고 있을 수 있다. 어떤 문제는 이미 알고 있지만 어렵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지내왔을 수도 있다.

    그런 문제들을 깊이 인식하고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혁신가들이 창조적인 해결책을 만들어온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 해결책을 내놓는 일은 없다.

    혁신을 이루어낸 기업에게 시장은 재무적 이익으로 보상한다. 오늘날 애플이 전세계에서 제일 가치 있는 기업이 된 것은 스티브 잡스라는 위대한 혁신가의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가 재무적인 이익만을 생각하였다면,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잘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아라빈드 병원의 표어 하나를 소개한다.

    “큰 기회를 노린다면, 큰 문제를 찾아라.”

    [참고 자료]

    http://blog.sk.com/1859/

    https://ppss.kr/archives/21114

    http://www.forbes.com/global/2010/0315/companies-india-madurai-blindness-mcdonalds-and-dr-v.html

    (DGB 금융그룹 DGB경제연구소에서 발행하는 DGB Economic Review의 2015년 겨울호(245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