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계획서(business plan, 사업계획) 작성을 해야 하는 경우는 많다.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할 때, 중소기업이 자금 지원을 요청할 때 필요하다. 매각을 원하는 기업이 잠재적 인수자의 의향을 타진할 때에도 필요하다. 기업 내부에서 신사업을 추진하거나 사업 전략을 결정할 때에도 작성한다.
사업계획 작성을 어떻게 해야할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방법론을 모르는 것도 있지만, 사업계획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중요한 원인이다. 그래서 사업계획서 작성시 염두에 두어야 할 핵심 사항을 공유한다.
1. 사업계획서는 상황과 목적에 따라 다르다
사업계획서는 사업계획이라고도 하고 영어로는 business plan으로 불린다. 다양한 목적과 상황에 사용된다. 스타트업의 사업계획서와 수십년된 대기업의 사업계획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을 수는 없다. 투자유치(IR) 목적의 사업계획과 내부 전략 목적의 사업계획은 초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신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면 매우 단순한 사업계획서면 충분하다. 가장 바람직한 사업계획은 실질적으로는 사업계획서도 아니고 제품 시장 맞춤(product market fit)에 도달하기 위한 가설 검증 계획이다.
오래된 기업의 사업계획 작성은 전혀 다르다. 신사업 사업계획서의 초점이 시장이 있느냐라면, 기존 사업의 사업계획은 (시장은 당연히 있고) 얼마나 시장점유율을 높이느냐 또는 얼마나 이익을 더 내느냐가 초점이다.
구조조정을 하려는 기업의 사업계획은 비용 절감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사업, 시설, 인력을 어떻게 조정하면 비용이 어떻게 줄어들 것인지가 관심이다.
즉, 사업계획서에는 한가지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상황과 목적에 맞게 작성해야 한다. 그러므로, 작성하기 전에 목적과 상황을 잘 생각하기 바란다.
2.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 전략을 정립해야 한다
사업계획에는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사업 전략이 담겨야 한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실제로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본 사람은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안다. 사업계획서를 만들면서 내용보다 멋진 그래픽을 중시하는 사람들도 매우 많다.
이상적으로는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을 수립한 후에 이를 사업계획서로 작성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사업계획을 작성하기 전에 사업모델이나 전략이 정리가 안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정립되어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사업계획을 하다보니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동료들 사이에 공감대가 안 되어있는 경우도 있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서 동료에게 “우리 타겟 고객이 누구라고 쓸까?”, “생산은 어떻게 한다고 할까?” 같은 질문을 해본 사람이 꽤 있을 것이다. 그런 질문 자체가 아직 사업모델이나 전략이 잘 정립되어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사실은 “우리 타겟 고객이 누구일까?”나 “생산은 어디에서 할까?”라는 질문이 더 맞는 상황이다. 우리 자신이 우리 전략을 모른다는 현실은 불편하기에 문서 작성에 대한 질문으로 바꾼 것이다.
시장규모 같은 기본적인 사실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충 크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사업은 시작했는데, 문서에 그렇게 쓸 수는 없어서 찾아보기 시작한다.
모든 전략적 질문에 답을 갖고 있을 필요는 없다. 연구개발 단계면 마케팅 채널은 나중에 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문제들에 대하여 불확실할지라도 가설적 그림은 갖고 있는 것이다.
사업계획서 작성은 단순한 문서 작업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전략 정립 작업으로 삼아야 한다. 문서 자체의 필요는 지원 사업이나 IR때문에 생겼더라도, 그 기회에 전략을 정립하는 것이다.
3. 사업계획서 본질은 마케팅 자료다
앞에서 본 것처럼 사업계획서의 목적은 다양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계획서는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하여 쓰인다. 즉, 마케팅 자료이다. 자금을 유치할 때는 물론이고, 기업 내부의 사업계획서도 경영진 등 누군가를 설득하는 수단이다.
앞에서 내용보다 그래픽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얘기했지만, 반대로 사업계획서를 행정문서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어떤 내용이 왜 있어야 하는지를 따지지 않고, 그저 사업계획서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식에 의존하다보면, 더욱 그렇게 되기 쉽다. 구청에서 양식을 작성할 때처럼 수동적으로 내용을 채우는 느낌으로 일하게 된다.
이런 현상을 보이는 비슷한 경우가 또 있다. 바로 이력서이다.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작성할 때, 사람들은 이력서 양식을 구해서 채워 넣는다. 언제 어느 회사를 다녔고, 어느 부서에서 일했다고. 양식이 채워지면 이력서스럽게 보이는 이력서가 되었겠지만, 정작 내용은 평이한 사실의 나열이 되어있다.
하지만 이력서는 본질적으로 마케팅 콘텐츠다. 당신을 인재 시장에서 돋보이게 하는 지극히 중요한 마케팅 자료이다. 그걸 전입신고할 때 인적사항 적듯이 작성하는 것은 본질을 망각한 것이다.
사업계획서도 같다. 투자를 유치하거나, 회사 내부에서 승인을 받기 위한 마케팅 도구이고 콘텐츠다. 이 사고방식 하나만 제대로 이해해도, 당신의 사업계획서는 달라질 것이다.
4. 최대한 짧게 만든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있다면 십중팔구 당신은 누군가가 처음 볼 사업계획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투자 유치를 예로 들자면, 처음에 사업계획을 이메일로 보낸다. 투자자가 관심이 있으면 만나자고 할 것이다. 만나서 직접 설명하고, 좀 더 상세한 점을 묻게 될 것이다. 투자자도 일반적 마케팅에서의 고객 깔때기 같은 단계를 거치는 것이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 이메일로 받은 사업계획이 길고 복잡하다면 집중해서 읽을 수 있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간결하고 눈에 쏙쏙 들어오는 내용이어야 한다.
프레젠테이션 기준으로 10장 이내면 좋다고 생각한다. 큰 글씨의 발표형 프레젠테이션으로 말이다. 때로는 1장짜리 워드 문서로 쓸 수도 있다. 이렇게 짧은 사업계획을 티저(teaser)라고도 하는데, 용어는 중요하지 않다. 시간 많지 않은 사람들이 잠깐 보고도 금방 이해하고 관심을 가질 문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문서로 만든 엘리베이터 피치(elevator pitch)라고 할 수 있다.
5. 핵심으로 바로 들어간다
문서를 열면 바로 본론이 나와야 한다. 서론이 너무 긴 것은 읽는 사람을 지루하게 만든다. 아무리 하고싶은 얘기가 많아도, 일단 핵심적인 내용부터 얘기하는 것이 좋다.
당신이 다른 사람이 쓴 사업계획서를 읽는다고 하자. 기업의 투자 요청을 검토하는 투자자일 수도 있고, 부하직원의 사업계획을 검토하는 경영자일 수도 있다. 또는 친구의 사업계획을 한번 봐주는 것일 수도 있다. 무엇이 제일 궁금할까?
당연히 무슨 사업인가가 제일 궁금할 것이다. 무슨 사업을 하려는 것인가? 그 다음으로는 그 사업이 잘 될 것으로 생각하는 근거가 궁금할 것이다. 그런 핵심으로 바로 들어가야 한다.
신사업을 가정하면 보는 사람들에게 좋은 사업계획서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전개한다. 미국의 벤처캐피탈 Sequoia Capital의 생각과 비슷하다. 조금 다른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회사의 정체성은 겉장에서 한 줄로 쓰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가 어떤 일을 했고 앞으로의 전략은 무엇이라고 알려주는 ‘경과 및 계획’ 부분은 있는 것이 좋다.
- 문제 (고객의 니즈, 또는 시장의 비효율)
- 우리의 해결책 (제품, 서비스)
- 비즈니스 모델
- 시장 규모
- 경쟁
- 팀
- 경과 및 계획
- 성과 목표
이런 스타일로 만든 사례로는, 에어비앤비의 사업계획서가 있다. 2009년에 만들어진 이 사업계획서는 여전히 좋은 사례이다. 필자도 사업계획서 작성을 하는 팀들에게 많이 보여주었다.
6. 재무 예측에 너무 공 들이지 않는다
사업계획을 하면서 재무 예측에 너무 많은 공을 들이는 것을 본다. 하지만 당신의 사업계획서에서 가장 의미가 적은 부분이 재무 성과 예측이다. 보는 사람들에게 그 부분은 당신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5년후 매출이 백억, 천억, 아니 일조가 된다고 해봐야 그것을 믿고 투자할 사람은 없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앞에 말한 것처럼 사업계획은 상황과 목적에 따라 다르다. M&A 대상기업의 IM(Information Memorandum)을 만드는 것이라면 재무 성과 예측은 매우 중요하다. 이미 사업운영이 일정 궤도에 올라간 회사의 손익과 재무상태 예측은 새로운 사업보다 훨씬 가능하다.
신규사업은 되느냐 망하느냐, 0이냐 1이냐의 엄청나게 큰 불확실성이다. 사업계획서를 보는 사람에게는 매출이 몇십 프로 높으냐 낮으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 상세한 것도 작성자나 보는 사람 모두에게 시간 낭비다. 직원 1명당 인건비는 얼마고 기타 비용은 대략 얼마인지 가정하면 충분하다. 한달에 생수가 얼마나 필요하고 복사용지를 얼마나 쓸지를 계산할 필요는 없다.
7. 할머니도 알아 볼 수 있게 한다
어떤 사업계획서는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그 분야의 전문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유행하는 경영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사업계획이 나온 이유는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평소에 전문 분야에 너무 몰두해있다보니 전문용어가 습관이 되었을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모른다는 생각을 못 한 것이다. 또는 전문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사업계획을 있어보이게 했을 수도 있다.
어느 경우건 결과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읽는 사람들은 이해가 안 되는데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할 리가 없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공부해가면서까지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유행하는 용어를 많이 안다고 유능한 팀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약간 거품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앞서 강조했듯이 사업계획서는 마케팅 자료다. 좋은 마케팅 콘텐츠는 건성건성 봐도 눈에 쏙 들어온다. 보는 사람은 힘을 하나도 안들여도 콘텐트가 소화시켜준다. 사업계획서도 보는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할머니도 이해할 수 있게 써야 한다.
사업계획서는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업 자체를 잘 하는 것이다. 신사업의 경우 기존 사업에 비해 리스크는 훨씬 크다. 신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검증 우선 신사업 개발 방법론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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