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타트업같은 문화로 바꾼다고 합니다. 불필요한 회의, 보고, 야근 등을 줄이겠다고 합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3/24/2016032401938.html
기본적으로는 좋은 시도입니다. 사무직 생산성은 한국이 매우 낮은 편이라고 봅니다. 근무강도는 높지 않은데 회사에서 시간만 많이 보내거나, 중요하지 않은 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산성과 효율을 올리면 회사도 좋고 개인도 좋습니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하고, 개인 여가도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스타트업처럼 되겠다는 것은 어렵고 꼭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경영사학자인 Alfred Chandler는 “Structure follows strategy”라고 말했습니다. 조직구조는 전략을 따른다는 말입니다. 20세기초에 하나의 회사가 여러 제품, 여러 사업을 하게 되면서 사업부 조직구조가 출현한 것을 보고 한 얘기입니다.
군대나 정부조직이 위계서열이 분명한 피라미드형 조직 구조인 것은 복잡하고 다양한 임무를 일사불란하게 수행하는 데에 그 조직이 좋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의 조직도 비슷합니다. 대기업은 (대부분 다양한) 제품을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대량으로 생산하고 판매하는 데에 알맞게 조직된 것입니다.
반면 스타트업은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이를 시장에 적응시키는 ‘시장 실험 조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작고 수평적이고 타이트하게 동시에 커뮤니케이션하는 팀형 조직이 피라미드적 관료적 조직보다 효과적인 것입니다.
삼성은 아마도 빠르게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출현하는 IT 업계에서 남들보다 빨리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 스타트업처럼 되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구글이나 애플을 보면 대기업이지만 실제로 스타트업처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제 의견을 말하자면, 대기업 안에 두개의 조직구조, 두개의 문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나는 스타트업, 또 하나는 전통적인 피라미드형 관료조직입니다.
미래를 창조하는 미션을 가진 사람들은 스타트업처럼 움직이게 하고, 현재를 재생하는 사람들은 대기업스럽게 움직이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어떤 부서에는 자율성을 주는데, 다른 부서에는 전통적인 질서를 요구하는 것이 평등의식이 강한 한국에서 어려움은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삼성에서 이를 모를 리는 없고, 실제 실행도 그렇게 하리라고 봅니다. 조직과 전략의 관계에 대한 매우 좋은 사례라서 간단히 생각을 정리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