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는 세상에 여러가지 기여를 했습니다. 개인용 컴퓨터를 등장시켰고, 음악산업을 바꾸었고,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고, 앱 개발자들의 생태계를 만들었습니다.
그의 기여에 하나를 추가하고 싶습니다. 그가 entrepreneur가 무엇인지 보통 사람들에게 이해를 시켰다는 것입니다.
entrepreneur는 우리말로 창업가 정도로 번역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일으킬 기(起)자를 써서 기업가(起業家)라고도 할 수 있지만, 사업가 또는 경영자를 말하는 기업가(企業家)와 혼동이 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발명가라는 말은 좀 더 오래 쓰였습니다. 토마스 에디슨이 발명가의 전형이었습니다. 그는 새로운 물건을 발명하는 사람이라고 이해 되었습니다. 이후에는 그보다 정식 교육을 더 받은 과학자, 엔지니어들이 연구소에서 그런 일을 했습니다. 마르크스는 자본가를 얘기했습니다. 사람들은 기업의 주인은 돈이 많은 자본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entrepreneur라는 개념은 사람들에게 거의 없었습니다. 애플이 개인용 컴퓨터 혁명을 일으켰지만,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가 거기에 어떤 기여를 한 것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학교에서 컴퓨터의 역사에 대하여 배우면서 스티브 워즈니악이 애플 컴퓨터를 개발했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그는 엔지니어였고, 발명가였습니다. 새로운 물건을 만든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정체를 알기 어려운 존재였습니다. 그는 돈이 많아서 자금을 댄 자본가도 아니었고, 친구 워즈니악처럼 기술을 개발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제가 읽은 글에서 스티브 잡스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리고 그 글의 필자들이 보기에, 애플 컴퓨터는 스티브 워즈니악의 발명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스티브 잡스가 무엇을 했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는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서 우리에게 새로운 삶을 주었습니다. 그가 아이폰을 실험실에서 개발한 엔지니어가 아니었음을 사람들은 잘 압니다. 그가 애플에 거액의 돈을 댄 투자자가 아니었다는 것도 압니다. 그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그런 아이디어가 구현이 될 수 있도록 다른 재능있는 사람들과 기술, 디자인, 자금 등 여러 자원을 조직한 사람입니다.
한국에도 맨주먹으로 거대 기업을 일군 사람들은 있었습니다. 정주영, 김우중 같은 사람들이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사업은 혁신의 전형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혁신적인 일을 많이 하였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구체적으로 보통 사람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혁신은 아닙니다.
반면 잡스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고 느끼는 혁신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등장하는 데에 자신이 한 일을 삶으로 보여줌으로써 창업가가, 또는 혁신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entrepreneur나 창업가 같은 말을 모르는 어린 아이들도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사례가 되어 우리를 가르치고 갔다고 하겠습니다. 그의 보이지 않는 기여입니다. 다시 한번 그에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