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과 같은 자동차를 처음으로 만든 사람은 독일의 칼 벤츠(Karl Benz)입니다. 그는 1885년에 바퀴가 3개 달린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들었습니다.
벤츠는 뛰어난 기술자였지만 영업에는 재주가 없었나봅니다. 그는 이 위대한 발명품을 만들고도 판매는 별로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자동차가 말 없이 움직인다는 것에 놀랐지만, 멀리 이동할 때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신기한 구경거리에 불과하였습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네바퀴를 단 자동차를 고트리브 다이믈러(Gottlieb Daimler)가 만들었습니다. (두사람의 회사는 나중에 합병하여 다이믈러 벤츠사가 됩니다.) 하지만 칼 벤츠는 작업실에서 제품의 개선에만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부인 버사 벤츠(Bertha Benz)는 이런 상황이 답답했습니다. 그녀는 1888년 8월의 어느날 새벽 어린 아들 둘을 데리고 조용히 집을 나왔습니다. 그녀는 남편이 만든 자동차에 올라타서 운전을 시작하였습니다. 목표는 10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에 있는 자신의 어머니 댁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약국에서 휘발유를 사서 보충하기도 하고, 언덕에선 아이들과 함께 내려서 차를 밀어올리고, 고장이 나면 근처의 기술자를 불러서 수리를 해가면서 결국 어머니댁에 12시간만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녀는 며칠을 쉰 후에 또다시 자동차를 운전하여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갈 때와 다른 경로를 택하였습니다.
버사 벤츠의 역사상 최초의 장거리 자동차 운행은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신문이 크게 보도하였고, 주문이 밀려들었습니다. 버사 벤츠는 강력한 마케팅을 한 것입니다.
이 전설적인 이야기의 시사점을 생각해보겠습니다.
1. 혁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마케팅이 필요하다.
“사업의 목적에 대한 유일하게 타당한 정의는 고객을 창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기업이건 오직 두가지 기본적인 기능만을 갖고 있다. 마케팅과 혁신(innovation)이다.” – 피터 드러커 (Peter Drucker)
드러커가 마케팅과 혁신을 강조한 의미는, 사업의 목적인 고객의 창출을 이루기 위해서는 새로운 가치가 있는 상품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 놓으면 알아서 팔린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간혹 그런 일이 생깁니다. 고객들이 알아서 입소문을 내주어서 어느날 일어나보니 대박이더라는 얘기는 모든 기업의 꿈입니다.
하지만 이런 일은 드물 수 밖에 없습니다. 현실은 기업이 먼저 알리지 않으면 고객이 그런 상품이 있는 지조차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역사적인 발명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칼 벤츠는 사업에 성공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작업실에 틀어박혀서 “우리가 괜찮은 상품을 만들었으니까 시장이 알아주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지 말고, 마케팅을 해야 합니다.
2. 마케팅과 혁신은 동전의 양면이다
버사 벤츠가 운전할 때, 언덕에서는 힘이 달려 다들 내려서 차를 밀어 올렸다고 합니다. 버사 벤츠는 돌아와서 남편에게 그 사실을 얘기했고, 칼 벤츠는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기어 변속기를 만들었습니다.
마케팅은 고객의 대변자입니다. 고객의 관점에서 사용해보고,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판매할 때 고객이 관심갖는 부분을 관찰하여서 제품의 개선에 활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마케팅 자체가 혁신이기도 합니다. 냉장고를 에스키모에게 판매하려면 마케터는 혁신가가 되어야 합니다. 따뜻한 곳에 사는 사람들과 다른 니즈를 이해하고, 에스키모에 적합한 새로운 가치제언을 만들어 호소하여야 합니다.
열심히 홍보해도 상품이 잘 판매가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상품 자체의 가치가 충분히 차별화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효과적인 마케팅을 못하는 것이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두 가지 질문을 계속 해야 합니다. “좋은데 잘 전달을 못하는 걸까?” “상품이 충분히 좋지 않은 걸까?”
3. 마케팅의 핵심은 상품 자체의 가치제언이다
버사 벤츠는 그저 자동차를 운전한 것 뿐이었습니다. 마케팅이란 개념도 없던 시절입니다. 20세기에 마케팅은 하나의 학문이자 산업으로 발전하였습니다. 하지만 과연 오늘날의 마케팅이 더 효과적일까요?
유명한 연예인들이 광고에 나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그들이 실제로 그 상품이 좋아서 추천한다고 믿을까요? 추천을 가장한 블로그 판매도 구별해내는 요즘, 그럴 리가 없습니다. 유명인을 활용하여 주목도를 올릴 순 있겠지만 상품 자체의 장점이 없다면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가전제품이나 게임 박람회에는 미녀 모델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나옵니다. 미녀 모델들을 배치한 부스에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고 사람들이 그 제품에 관심이 많아질까요?
금융회사들은 유통회사 등과 제휴하여 이벤트를 하곤 합니다. 영화상품권이나 자동차 등 경품을 내걸고 고객정보를 모읍니다. 소비자들은 동의의 의미도 잘 모르고 참여했다가 나중에 수많은 텔레마케팅 전화를 받게 됩니다. 규제나 스팸방지 어플리케이션 등으로 판매 효과도 갈수록 떨어지겠지만, 무엇보다도 보험회사가 영화 상품권을 준다는 것은 자기 회사 상품에 자신이 없는 증거로 사람들은 느끼게 됩니다.
버사 벤츠의 주행이 효과적인 홍보가 되었던 이유는, 그것이 자동차라는 새로운 발명품 자체의 가치를 잘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마케팅의 핵심은 상품 자체가 되어야 합니다.
4. 콘텐트 마케팅의 핵심은 콘텐트다
고객에게 가치있는 콘텐트를 제공하는 마케팅을 콘텐트 마케팅이라고 합니다. 국내 기업들은 아직 잘 모르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많이 사용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버사 벤츠는 매우 훌륭한 콘텐트 마케팅을 한 것입니다. 물론 오늘날의 콘텐트 마케팅이라면 운전후에 사진, 동영상, 후기를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에 올렸을 것입니다. 그녀는 물론 이런 것을 하지 않았지만, 당시의 가장 대중적인 매체인 신문에 실림으로써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버사 벤츠가 동네를 한바퀴 돌았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100킬로미터 떨어진 어머니 댁에 가는 모험을 택하였습니다. 남편도 없이 아이들까지 데리고 말입니다. 중간에 돌아오고 싶은 생각도 많았겠지만 끝내 완주하였습니다. 그래서 기자의 주목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콘텐트 마케팅의 핵심은 콘텐트입니다. 그 콘텐트가 올라가는 웹사이트, 소셜미디어 등은 모두 채널일 뿐입니다. 아무리 멋진 웹사이트가 있고, 소셜미디어 계정 다 갖고 있고, 동영상도 활용한다고 해도, 담긴 콘텐트가 좋지 않으면 마케팅이 성공적일 수 없습니다. 고객이 가치있다고 느끼는 콘텐트를 제공해야 합니다.
세계적으로 마케팅의 변화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한국은 아직 과거의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습니다. 2015년은 한국의 크고 작은 기업들이 모두 마케팅에서 질적인 향상을 이루기를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