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동영상을 보시기 바랍니다. 프랑스 영화 Happily Ever After의 한 장면입니다.
여자(샬롯 갱스브루)는 레코드 가게에서 음반을 들어보고 있습니다. Radiohead의 Creep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끄러운 음악을 싫어하는 분들도 많이 좋아하는 멋진 음악이죠. 그런데 바로 옆 자리에 어떤 남자(조니뎁)도 음악을 듣습니다. 둘은 같은 음악을 듣는 것처럼 보입니다. 미리 가게에서 그 노래로 선곡을 해 놓았을지도 모르고, 우연히 두사람 모두 같은 곡을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는 2004년 작품입니다. 그때만 해도 프랑스는 음반가게들이 영화의 소재가 될 정도였네요. 우리나라는 2000년에 서울 강남역 타워레코드가 옷 매장에 자리를 물려주며 사라졌습니다. 2004년보다는 90년대를 상상하면 되겠습니다.
이 짧은 영상을 보며 오프라인의 미래를 생각합니다. 음악은 디지털화되기 가장 좋은 상품이었습니다. 온라인에서 바로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음반 가게가 필요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장면의 두사람은 음반 매장에서 음악을 구입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음악 속에서 사람들이 오가는 분위기를 즐겼습니다. 많은 음반의 포장을 장식하는 앨범아트도 감상하였을 것입니다. 게다가 멋진 이방인과의 우연한 만남도 있었습니다.
온라인이 많은 것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많은 오프라인 매장들은 온라인을 위한 쇼룸(show room)이 되고 있습니다. 막을 수 없는 추세입니다. 더 싸게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은 소비자들에게 좋습니다. 혁신은 그렇게 확산되어 갑니다.
하지만… 하지만 우리는 그 과정에서 뭔가를 잃고 있습니다. 위의 동영상에서 보았듯이 온라인이 줄 수 없는 오프라인만의 ‘경험’이 그것입니다. 음반 가게를 가는 것을 즐기셨던 분들은 매장에 들어섰을 때의 흥분과 즐거움을 아실 겁니다. 아직은 많이 남아있는 오프라인 서점을 들어설 때와 비슷한데, 조금 덜 차분하고 조금 더 흥겹고 그런 느낌이랄까요.
그런 경험이 사라지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입니다. 혁신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여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지만, 기존의 가치있는 것을 보존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통신 기술이, 소셜네트워크가 가족과 친구간의 소통을 도와줍니다. KTX는 떨어진 가족이 보고 싶을 때 쉽게 달려갈 수 있게 해줍니다.
오프라인이 주던 경험이 사라지는 것을 어쩔 수 없는 시대의 변화라고 아쉬워 하기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옛날의 사업모델을 고집해서는 어렵겠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모델로써 그 경험을 보존하고 더 잘 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에 오프라인이 상품을 사고파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면 앞으로 오프라인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위의 두 남녀가 가졌던 멋진 경험을 다시 살릴 수 있기 바랍니다.